중국 자본의 ‘한국기업 사냥’ 올들어 2배 늘어 사상 최대

by 통준회 posted Dec 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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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이 무서운 기세로 한국의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한국 기업의 첨단 기술력과 축적된 각종 노하우를 통째로 흡수해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는 포석이다.

<블룸버그>는 22일 “올해 현재까지 중국 기업은 한국에 19억달러(2조2323억원)를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사용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19%나 증가한 수치”라며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사들이는 속도가 기록적”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인수·합병 및 투자 금액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최대 규모다.

중국 기업이 주로 사들이거나 투자하는 쪽은 금융, 첨단기술, 보건의료, 화장품, 문화오락 분야다. 중국 안방보험은 올해 2월 국내 상위권 생보사인 동양생명을 9억3400만달러(1조1300억원)에 사들였고, 5월엔 화장품 쇼핑몰인 쥐메이가 화장품 기업 잇츠스킨에 1억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6월엔 챔프 인베스트먼트가 저용량 반도체 시장점유율 국내 1위인 제주반도체를 3500만달러에 인수했다. 같은 달엔 타이거메드가 임상시험수탁업체(CRO)인 드림씨아이에스(CIS)를 2300만달러에 사들였다.

중국 자본의 한국 기업 사냥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효율성을 확보함으로써 한국 기업과의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려는 이른바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연구개발, 특허, 고등교육 등을 종합 평가하는 ‘2015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한국은 1위를 차지한 반면, 중국은 22위에 그쳤다”며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이 지닌 기술력과 노하우를 흡수해 자국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 한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아이지(IG)아시아의 투자전략가 버나드 아우는 “한국 기업은 중국과 거리도 가깝고 기술력도 갖춰 중국 기업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자금 사정도 넉넉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선다”고 말했다.

이런 공격적 인수·합병 움직임은 시진핑 중국 정부의 경제 구조조정 방향과도 일치한다. 중국은 기존의 굴뚝 산업을 정리하고 금융, 첨단기술,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려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한국 기업 사냥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리샤오양 베이징 창장(장강)상학원 교수는 “중국 중산층은 건강의료와 문화오락, 금융 분야에 더 많은 돈을 쓰면서 기업의 브랜드와 질을 따질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이 지닌 품질과 효율성을 갖추지 못해 인수, 투자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기준 중국 기업들이 국외 기업 인수 등에 투자한 총액은 1231억달러인데 한국에 대한 투자는 1%가량인 11억달러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이문형 산업연구원(KIET) 베이징지원장은 “중국은 기술을 습득하고, 한국 기업은 지분을 유지해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이익을 얻는 윈윈 구조가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중국 기업에 인수·합병돼 버리면 브랜드와 기술만 팔아버리고 향후 이윤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