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달고 살면 지방간도 달고 삽니다

by 통준회 posted Jan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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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사원인 A(45) 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술고래’로 유명했다. 어지간한 술자리는 빠지지 않았고, 술잔은 남김없이 비웠다. 점심과 곁들여 소주 1병씩 너끈하게 비우는 날도 많았다. A씨는 10여 년 동안 매일 소주 1, 2병을 마시면서도 건강을 자신했다.

하지만 자신만만하던 A씨도 결국 탈이 났다. 최근 받은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된 것. 혈액 검사 결과 A씨의 간 수치는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 있었다. A씨는 복부 초음파 검사에서 심각한 지방간이라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지방간은 간이 보내는 건강 적신호다. 지방간은 간세포 내에 지방이 너무 많이 축적된 상태로 지방이 간 무게의 5%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지방간은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지만 방치할 경우 간염이나 간경변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지방간은 크게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분류되며 과도한 음주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이 주된 원인이다.

◆알코올성 지방간,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어

지방간은 피로감이나 구역질, 오른쪽 윗배 통증 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다. 모르고 지내다가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AST(아스파라긴산분해효소), ALT(알라닌분해효소), GGT(감마클루타민전이효소),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등의 수치를 잘 보면 자신의 간 건강을 짐작할 수 있다. ASTALT는 40IU/L 이하이면 정상이다. GGT의 경우 남성은 11~63IU/L, 여성은 8~35IU/L 이내가 유지돼야 한다. GGT 수치는 알코올성 간염이나 지방간, 담즙 배설 장애 등을 가늠할 수 있다.

술은 알코올성 지방간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술을 자주 많이 마시는 사람의 90%에게서 지방간이 발견된다. 알코올은 간에서 지방의 합성을 촉진하고 술의 대사 산물은 간세포를 손상시킨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간질환을 앓는 것은 아니다. 음주량과 음주 기간, 성별, 비만, 유전인자, C형 간염 등도 함께 작용한다. 음주량의 기준은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이 남성 20~40g 이상, 여성은 10~20g 정도다. 소주(알코올 농도 18%`360㎖ 기준) 1병에 들어 있는 알코올 양이 51g인 점을 감안하면 남성은 소주 반 병에서 한 병, 여성은 반 병 미만을 매일 마시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에서 벗어나려면 술을 끊어야 한다. 금주와 식이요법만으로도 4~8주 후부터 간에 낀 지방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술을 마시더라도 최대 1주일에 1번, 소주 2잔 이상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 2년간 남성은 1주일에 소주 4병(알코올 양 210g), 여성은 소주 3병(140g) 이상 계속 마셨다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술 안 마셔도 비만이면 지방간 생겨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끼거나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비만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으로 인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주부 B(40) 씨가 그런 경우다. B씨의 키는 155㎝이지만 체중은 80㎏이나 됐다. 체질량지수(BMI)도 33.3으로 ‘고도비만’에 포함됐다. B씨는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하진 않지만 평소 패스트푸드와 달달한 음료수를 즐겨 마신다고 했다. 혈액 검사 결과, AST 60IU/L, ALT 85IU/L, GGT 152IU/L 등으로 모두 정상 범위를 벗어난 상태였고,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지방과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지나치게 먹으면 지방을 분해, 처리해야 하는 간이 과로에 시달리게 된다. 지친 간은 처리하지 못한 지방을 간 세포 내에 축적시켜 지방간이 생기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의 유병률은 16~33%에 이른다. 단순 지방간은 건강에 큰 지장을 주진 않지만 일부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동시에 간 세포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다. 이 같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 중 15~25%는 간경변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비알코올 지방간이 있다면 식이요법과 운동 등을 통해 반드시 체중을 줄여야 한다. 특히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탄수화물과 과당, 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저칼로리 식사를 해야 한다. 운동은 중등도 강도(최대 심박수의 50~70%)로 주 3회 이상, 30분 이상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운동의 종류는 걷기나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이 가장 효과적이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체중의 3~5%를 빼면 지방간이 호전될 수 있다.

김병석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간염 등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절대 금주해야 하고,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가 과음을 지속하면 간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비만으로 인한 지방간은 잘 먹고 잘 쉬는 것보다는 규칙적인 운동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병석 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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