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설날에 고향 못 가는 사람들

by 통준회 posted Feb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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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 대이동하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은 고향을 찾는다는 생각에 설레이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설날의 설렘과 온기를 제때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명절에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곳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그들을 설 전날(7일) 밤 만나봤다.

전날 오후 10시께 강원 평창군 평창경찰서 대관령파출소에서 만난 윤석재(39) 경사의 고향은 전라남도 담양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길찾기 검색 결과 자택인 강릉에서 고향까지 거리는 총 471.54㎞, 고향까지 자가용으로 출발하면 7시간53분이 걸린다.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 때쯤 도착하는 그야말로 장거리다.

윤 경사는 "경찰관이 되고부터 명절에 고향을 내려가 본 적이 없어서 길이 막히는 것 까지 감안할 때 자가용으로 고향까지 걸리는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겸연쩍은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의 고향에는 부모님과 누나, 여동생이 있다. 육아휴직 중인 경찰관 아내는 며칠 전 세 아이를 데리고 고향집에 내려갔다.

그는 설 연휴 마지막 날(10일)에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러 고향집에 내려갈 예정이다. 짧은 시간이겠지만 온 가족이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은 연휴 마지막 날에 찾게 됐다.

윤 경사는 "아내가 육아휴직이라서 이번 설 연휴에 고향집에 함께 있을 수 있지만 5월에 복직하면 다음 명절부터는 온 가족이 고향집에 내려가는 게 더욱 힘들어져 사실상 이번이 온 가족이 함께하는 마지막 명절이 될 듯 싶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입사한 배준우(31) 순경의 고향은 경기도 부천이다.

부모님은 인천에 살고 계시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전라남도 김제, 외할머니가 전라남도 익산에 계셔서 부모님이 김제와 익산에 차례대로 내려가신다.

배 순경의 아버님은 집안 행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셔서 명절에 고향을 못 가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경찰관이 아들이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명절에 가족과 함께 있지 못 하는 걸 탐탐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배 순경은 입사 후 첫 명절인 지난해 추석 때에 이어 이번 설에도 근무가 있어 온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다.

그는 지난해 추석연휴 때 하루를 시간 내어 경기도 양평 이모님 댁을 찾아 명절 분위기를 느꼈다고 했다.

미혼이라서 명절이 더 쓸쓸한 그는 이번 설 연휴에도 쉬는 날 평창의 특산품 한우 선물세트를 사들고 이모님 댁을 갈 예정이다.

배 순경은 "부모님을 뵙고 싶어도 여건상 자주 못 찾아 뵙게 돼 아쉽지만 국민을 위한 경찰관이 되겠다는 다짐과 사명감으로 명절의 아쉬움을 떨쳐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