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vs 북·중·러… 동북아 신냉전 구도 재편

by 통준회 posted Feb 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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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의 지정학적 현실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추구해 온 ‘중국 밀착외교’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新)냉전’ 구도가 그것이다. 박근혜정부가 표방해 온 ‘역대 최상의 한·중 관계’는 동북아 안보질서 재편 과정에서 일종의 ‘인터메조(Intermezzo·간주곡)’에 불과했던 것으로 판명되는 형국이다.

북한이 노골적인 핵보유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내내 대북 제재에 회의적인 스탠스를 폈다. 전통적인 ‘북핵 3원칙’에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비상상황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안정’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미·중 간 대결구도 변화도 동북아 정세 불안정의 또 다른 축으로 떠오른다.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줄어들자 중국은 본격적으로 외교안보 노선 대전환에 나섰다. 기존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국굴기(大國?起)’에 착수한 것이다.

북한은 이런 미·중 간 갈등을 교묘히 이용하면서 핵·미사일 개발 행진을 벌이고 있다. 전략적 도발을 감행해도 세계 양강(G2)은 서로 눈치만 보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외교가에서 “미·중이 결국 북한의 핵 투발 능력만 고도화시켜 줬다”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이 4차 핵실험에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로 둔갑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음에도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문제를 더욱 트집 잡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한·미가 사드 배치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4차 핵실험 이후에도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의 태도가 재확인된 데 이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강행하면서다. 한·미 당국은 ‘사드는 중국 견제가 아닌 북한 미사일 요격용’이라고 중국 반발을 무마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국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적극 나선 건 한국을 일본과 함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한 축으로 묶어두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다음 주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북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또 아시아 재균형정책 일환으로 중국 주변국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도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국제 정세는 북핵 문제 해결 난망은 물론 박근혜정부의 남북 동질성 회복, 통일논의 등을 가로막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개연성이 높다. 시간이 갈수록 미·중 양강 구도가 고착되고, 한국의 선택지는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 문제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크게 축소되는 것이다.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대북 제재의 무게추도 한·미·일로 옮겨질 전망이다. 이미 안보리 대북 제재가 별 효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미·일이 ‘세컨더리 보이콧’ 등 강도 높은 제재에 착수한다면 중국을 크게 자극할 게 틀림없다. 향후 대북 제재 논의에서 중국이 더욱 소극적 스탠스를 취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