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100세 시대] '애들 심장병' 앓는 어른들이 늘어납니다

by 통준회 posted Feb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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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아과 찾는 어르신들

모르고 지나간 선천성 심장병, 나이 들어 악화되는 경우 많아… 외래 환자 60~70%가 성인

"특별한 이유 없이 숨이 차면 심장 초음파 검사로 확인해야"

100세 시대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질병이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서구식 식습관이 심화하면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질병 발생 패턴도 나타난다. 건강한 100세 시대를 위해 새롭게 떠올라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할 질병과 건강관리 정보를 소개한다.

74세 남상언씨는 두세 달에 한 번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과를 다닌다. 손자가 아파서가 아니라, 본인이 소아과 환자다. 그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다. 좌우 심방 사이 벽에 구멍이 뚫린 심방중격 결손 환자다.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받은 74세 남상언씨가 서울대 어린이병원 진료실에서 주치의인 김기범 소아청소년과 교수에게 진찰을 받고 있다. /이진한 기자

남씨의 취미는 동네 야산을 오르는 것. 그는 수년 전부터 언덕배기를 오르는데 숨이 찼다. '나이 들어 그런가' 했는데 숨찬 증세는 점차 심해졌다.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니, 심방 벽에서 2㎝ 크기 구멍이 발견됐다. 이 구멍을 통해 좌심방에 있는 혈액 일부가 반대쪽 우심방으로 빠져나가면서 심장 박출량이 떨어져 숨이 찼던 것이다. 결국 남씨는 2014년 11월 심장 수술을 받았다. 어린이병원 다인실에서 꼬맹이 심장병 환자들과 함께 10여 일을 지냈다. 주치의인 김기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과 전문의가 선천성 심장병을 가장 잘 알기에 성인 환자도 소아과에서 진찰했고 수술도 소아심장외과팀이 맡았다"고 말했다.

남씨는 왜 여태껏 선천성 심장병을 모르고 지냈을까. 여기에 고령 시대를 맞아 새로운 질병 발생 패턴이 숨어 있다. 심방중격 결손은 심장 박동 시 잡음이 작아서 어릴 때 소아과 청진기 검진에서 잘 잡히지 않는다. 심장 기형을 잡아내는 심장 초음파는 일반 건강검진에 포함돼 있지 않아 어른이 돼서도 모르고 지낸다. 그러다 남씨처럼 나이가 들어 심장 기능 자체가 떨어지면서 작은 기형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고령 사회 선천성 심장병의 귀환인 셈이다.

최모(45)씨도 최근 방실중격 결손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심방과 심실 사이 벽에 구멍이 난 결손이다. 최씨는 조깅을 할 때마다 숨이 차는 증세를 느꼈다. 건강검진에서 심장이 커졌다는 말을 듣고 심장 초음파를 받았는데, 거기서 구멍이 발견됐다. 이처럼 40~50대에 스포츠 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모르고 지나갔을 조그만 선천성 심장병이 증세를 일으키고 있다. 최씨도 소아심장 흉부외과팀이 수술했다.

최근 15년간 심방중격 결손이 태어날 때 발견돼 폐쇄술을 받은 환자는 1~5세에 가장 많다. 이후 확 줄어들다가 선천성 심장병 재림 현상으로 40~50대에 다시 폐쇄술 건수가 증가한다. 그만큼 애들 심장병을 앓는 어른이 늘고 있다. 80세 넘어 폐쇄술을 받는 환자도 생긴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선천성 심장병 입원 환자도 고령화하고 있다. 2005년 18세 이상 환자는 8.6%이었으나, 해마다 증가해 2015년 26.7%로 증가했다. 10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김기범 교수는 "선천성 심장 기형은 100명 중 한 명꼴로 갖고 태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모르고 지내는 심장병 어른이 5만명으로 추산된다"며 "성인 환자는 매년 4000여명씩 늘어나 2020년에는 7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병원 소아과 노정일 교수는 외래 환자의 60~70%가 선천성 심장병 어른 환자이다.

선천성 심장병은 고령 환자의 부정맥과도 연관된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은 일종의 낡은 전자제품의 고장과 같다. 고려대병원 부정맥센터 김영훈(심장내과) 교수는 "조그만 선천성 기형이 수십년간 지속하면 그 주변 심장 근육이 섬유화해 전기 전도를 방해하여 부정맥을 악화시킨다"며 "나이 들수록 되레 선천성 심장병이 심장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강이석 교수는 "특별한 이유 없이 운동할 때 숨이 차거나 피로감이 크고, 가슴 엑스레이에서 심장 비대 소견이 있다고 하면,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아 선천성 기형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