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3일 통과한 대북제재 결의의 제재대상 명단에는 역대 결의 가운데 가장 많은 개인과 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 전문에 따르면 안보리는 북한의 리만건 노동당 군수공업부장을 비롯한 개인 16명과 인민군 총참모부 정찰총국이 포함된 단체 12곳을 추가로 제재대상에 포함시켰다.
결의안 초안에는 제재 대상 개인이 17명이 추가됐으나 러시아 측이 자국에 주재하는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고위간부 1명을 빼달라고 요청해 최종적으로 16명이 됐다. 해당 간부는 북한-러시아간 광물자원 거래를 담당한 장성철 KOMID 러시아 대표로 확인됐다.
이로써 북한의 제재대상은 기존의 개인 12명, 단체 20곳에서 개인 28명, 단체 32곳 등 60개 대상으로 대폭 확대됐다.
안보리는 그동안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개인 3~5명, 단체 3~6곳을 추가했다.
그런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처럼 대규모로 제재 대상을 늘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여기에는 국제사회의 징벌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제재대상자의 직급도 상향조정돼 장관급인 노동당 부장 가운데 리만건 군수공업부장이 처음으로 대상에 올랐다. 역대 가장 직책이 높았던 제재대상 인물은 2009년 7월에 지명된 차관급인 이제선 원자력 총국장이었다.
리만건은 평안북도 책임비서를 지내던 중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전격 발탁돼 지난해 12월 북한의 핵개발 총책임자로 자리를 옮겼고 곧이어 제4차 핵실험을 주도했다. 우리 정부는 리만건 부장이 수소탄 경축행사에 참여한 사진을 확인하고 제재대상에 포함시키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개발을 주도한 국가우주개발국(NADA)의 유철우 우주개발국장과 현광일 우주개발국 과학개발국장도 제재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현광일 과학개발국장은 지난해 9월 평양을 방문한 미국의 CNN 취재진에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중요한 통제작업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발언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2012년 은하3호 발사 성공으로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던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전현직 여부 미확인)과 핵관련 조달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강문길 남천강무역회사 대표 역시 이번 '블랙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한 단천상업은행 소속 6명(김동명 은행장, 장범수·전명국 시리아 대표, 최성일·김중종 베트남 대표, 고태훈 대표)과 조선광업개발회사 소속 5명(장용선·김영철 이란 대표, 강룡·류진 시리아 대표, 김규 대외업무담당) 등이 제재대상에 추가됐고 러시아와 시리아, 베트남, 이란 등 이들의 활동무대까지 구체적으로 명기됐다.
결의는 각국에 "채택 후 90일 이내에 취한 이행사항을 구체적으로 보고할 것"을 요구했고, 제재대상 인물이 자국에 머무를 경우 추방 조치는 물론 관련 자산도 모두 동결조치하도록 규정했다.
제재 대상 기관에는 정찰총국과 노동당 39호실, 군수공업부, 원자력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국, 국방과학원, 청천강 해운, 대동신용은행, 조선광선은행, 제2경제위원회, 혜성무역, 조선광선무역 등이 추가됐다.
이들 단체의 구체적인 역할을 보면 정찰총국은 군사정보와 공작, 간첩 침투, 해외공작과 천안함 폭침 사건 등의 대남도발을 총괄하는 곳이다.
또 노동당 39호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통치자금을 조성·관리를 전담하는 부서이며, 군수공업부는 군수산업 전반을 지도감독하는 기관으로 김정은이 서명했던 핵실험 관련 문서에 등장했다.
원자력공업성은 북한의 핵개발을,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하는 핵심부서이며, 청천강 해운은 2013년 쿠바에서 미그기 부품 등을 싣고가다 적발된 조직이다.
대동신용은행은 무기거래를 주로 담당한 KOMID의 금융거래 업무를 맡고 있으며, 조선광선은행은 북한 은행의 중국계좌 개설 및 외화 송수신을 주로 처리하고 있다.
제2경제위원회는 대량살상무기(WMD)와 재래식 무기를 생산해 KOMID를 통해 불법수출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밖에 KOMID 자회사인 혜성무역은 장거리미사일과 소총·야포·탄약 등 재래식 무기를 수출하는 기관이며, 조선광선무역은 제2경제위원회 소속으로 군사장비를 생산 및 수출하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전략사령부를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자 '수소탄'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번 유엔 안보리의 제재 범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궁지에 몰린 북한 입장에서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