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할 생각 있니?' 묻기만 해도 자살률 크게 줄일 수 있어"

by 통준회 posted Mar 1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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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은 주변의 기대가 높은 데 비해 성취가 상대적으로 적어 '남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이들에게 직접 '자살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봐 주는 것만으로도 자살률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12년 연속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자살률 세계 1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2013년 기준) 28.7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2.0명보다 2배 이상으로 높은 나라. 대한민국 '자살'에 대한 현주소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4년부터 '중앙심리부검센터'를 설립해 '심리부검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심리부검'이란 용어도 낯설 뿐더러 아직 그 효과도 크진 않지만 백종우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은 '심리부검'이 자살률 감소에 톡톡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서울 강남구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만난 백 센터장은 "생전 고인들의 약 93%는 '자살'과 관련한 신호를 보내지만 그때는 그 누구도 그 신호가 자살을 의미하는지 모른다"면서 "직접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는 것만으로도 자살률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백종우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이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종로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뉴스1 © News1 임경호 기자
다음은 백종우 중앙심리부검센터장과의 일문일답.

-'심리부검'이란 용어가 생소한데.
▶심리부검은 사망 전 자살자의 심리 행동 양상과 변화 상태를 유가족 등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을 검토해 자살의 구체적인 원인을 검증하는 조사 방법이다.

-'심리부검'의 효과에 대해 설명해달라.  
▶핀란드의 경우 지난 1987년부터 심리부검을 실시해 자살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수립해 1990년 10만명당 30.2명의 자살률을 2013년 15.8명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뜨렸다.

-지금까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한 일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중앙심리부검센터는 2015년 한 해에만 심리부검면담을 위해 전국 각지의 유가족을 만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거리만 4만6134km. 지구 한 바퀴를 돈 수준이다. 지난해 심리부검사업으로 121건의 심리부검사업을 실시했다. 이후 유가족 지원사업과 지역 정신건강증진센터로 사례를 연계해 관리하고 있다.

-지난 1월 심리부검 결과보고가 있었는데.
▶자살자 121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사망 당시 월평균 소득은 50% 가까이가 50만원 이하였다. 자살장소는 74명(61.2%)이 자택으로 주로 가족에 의해 발견됐다. 그만큼 유가족이 느끼는 고통과 사후 '트라우마'가 많다는 의미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심리부검 결과 자살자의 93.4%가 자살 경고 신호를 보냈다는 것. 하지만 이들 중 66.9%가 이 신호를 자살자의 사망 이후 알았다.

-신호란 무엇인가.
▶경고 신호는 죽음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 등을 의미하는 언어적 방식, 평소와 다른 행동과 주변 정리 등 행동적 방식, 감정상태의 변화, 무기력 등을 의미하는 정서적 방식 등으로 표현될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 자살 원인은 무엇인가.
▶개인 부채와 경제적 문제 등 '경제 스트레스'와 가족과 부부관계 등 '대인관계 스트레스',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등이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우울증과 중독 같은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고 결국 자살에 이른다.

-우리 사회 시스템에서 자살 원인을 본다면.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급격하게 이뤄지면서 특히 '주변인'들과의 비교가 심해지고 있다. '흙수저론'이 대두하는 것처럼 현대사회에 들어 그 비중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비교'는 '소외'로, 소외는 '정신질환'으로 이어지는데 치료율은 15%에 불과하다. 그만큼 사회적 지지나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제가 성장한 만큼 복지서비스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의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자살할 생각이 있느냐", "어떻게 죽을지 생각해 봤느냐" 처럼 직접 물어야 한다.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란 우려로 인해 못 물어보는 경우가 많지만 거꾸로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자살을 마음먹었던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게 되고 '표현'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차츰 '도움'을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회 차원에서의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단순히 자살에 대해 '금기시'한다면 문제는 나아지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관련 사회기관들을 이용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전국 시군구에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자살예방센터 등이 있다. 현재는 경찰에서도 심리부검에 대해 의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아울러 부족한 복지서비스의 확충 역시 전제가 돼야 한다.

-끝으로 당부하고 싶은 사항은.  
▶자살에 대한 교육 기회가 그간 없었고 인식 또한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이런 치료 과정을 잘 알리는 것이 센터가 해야할 일이다. 심리부검을 통한 자살 사실에 대한 '노출'이 가능해지고 그 기억에 대한 공감과 환기, 나아가 죄책감 등의 감정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잘 극복하면 이전보다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중요하다.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고 듣고 말해 달라'. 그렇게 조금씩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힘이 돼 주길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