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연세사랑병원 찾은 주한 외교사절단 동행취재
이달 4일 오전,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검은색 승용차 여러 대가 서울 서초구 효령로의 한 건물에 연이어 도착했다. 보닛 오른쪽에 꽂힌 각양각색의 국기가 주한 외교대사들이 참석하는 자리임을 보여준다. 차가 멈춰선 곳은 대학병원급도 아닌 일반 병원. 25개국 외교사절단 36명이 내로라하는 대형병원도 아닌 개인병원에 모인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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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국 외교관이 모인 이곳은 강남 연세사랑병원이다. 줄기세포 치료와 3D 인공관절을 이용한 관절·척추 수술 성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까지 입소문이 났다. 미국·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몽골에서 많은 환자가 연세사랑병원을 다녀갔다. 병원은 더 많은 나라에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의료기술을 소개하고 싶었다. 외교사절단 초청에 나선 이유다. 이를 위해 병원 관계자들은 연초부터 각국 대사관을 일일이 돌며 병원을 소개하고 참석을 권유했다.
그 결과 25개국 36명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냈다. 유럽연합(EU)의 게르하르트 사바틸(Gerhard Sabathil) 대사를 비롯해 러시아·이탈리아·폴란드·몽골·아랍에미리트·오만·우루과이·페루·알제리·케냐 등 여러 나라 대사 및 대사관 직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내빈을 맞이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강당은 이내 가득 찼다. 고용곤 원장의 환영사로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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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이 즉석 진료 예약
외교사절단 대표로 오만의 무함마드 살림 알하시(Mohamed Salim Alharthy) 대사가 답사를 맡았다. 이어 서동석 진료부장과 김용상 부원장이 연세사랑병원의 자랑인 ‘맞춤형 인공관절’과 ‘줄기세포 치료’를 각각 소개했다. 강의를 듣는 대사들의 표정에 흥미와 놀라움이 묻어났다.
소개가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기자회견장을 방불케 했다. 특히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정말 관절이 재생되느냐고 몇 번이고 다시 물었다. 위험하진 않은지, 효과는 어떤지, 한국에 법적 규제는 없는지 질문이 계속됐다.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한 보고서를 본국에 제출하겠다는 대사도 있었다. 몇몇은 이곳에서 직접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도 물었다. 즉석에서 진료 예약이 잡혔다. 절반에 가까운 16명이 이름을 적었다.
사절단의 호기심은 세포치료연구소를 참관하면서 해소됐다. 연세사랑병원은 퇴행성관절염에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 다른 기관과는 달리 무릎관절은 쓰면 쓸수록 소모된다. 연골이 닳으면 염증과 통증이 생긴다. 연골을 회복시키는 건 ‘재생의학의 꽃’이라 불리는 줄기세포다. 환자 본인의 몸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손상된 연골에 주입하면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생한 통증을 줄일 뿐만 아니라 기존과 흡사한 강도로 연골을 재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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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
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이 2012년 환자 25명에게 줄기세포를 주입했더니 1년 후 통증은 50% 감소했고, 무릎의 기능지수와 활동지수는 각각 65%, 84% 향상됐다. 자신의 신체 조직을 활용하므로 별다른 거부반응이 없고, 시술이 간단해 고령자도 가능하다. 2011년 보건복지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로부터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았다.
병원은 줄기세포 치료뿐 아니라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를 위한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수년에 걸쳐 공학계열 엔지니어와 협업해 국내 실정에 맞는 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체형에 따라 옷을 입듯 환자의 무릎 생김새나 변형 상태에 따라 인공관절을 선택한다. 맞춤형 인공관절 수술의 핵심은 정교함이다. 기존 수술은 미리 만들어 놓은 인공관절 중 무릎에 맞는 것을 골라야 했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무릎 모양이나 구조, 손상 정도를 완벽하게 고려하기 힘들었다. 병원이 자체 개발한 3D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환자에게 딱 맞는 인공관절을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삽입할 수 있게 됐다. 수술의 정확성이 높아지면서 수술시간이 단축되고, 부작용·합병증 위험을 덜었다.
직접 시술받아 보곤 탄성
외교관들은 체외충격파실과 스포츠재활센터, 물리치료실을 둘러보고 간단한 시술을 직접 받아보는 시간도 보냈다. 저마다 관절이 하나 이상 말썽이었다. 간단한 검사와 치료를 받으며 증상이 나아지는 걸 몸소 경험했다. 외교관들은 입을 모아 “무릎·척추에 문제가 생겨 고생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병원에는 가지 않고 약을 먹으며 버틴다. 이런 치료법이 있다니 놀랍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미리 와서 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한국에 있는 자국민에게 이 병원을 소개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알하시 오만 대사는 “한국에 오래 지내는 동안 삼성서울병원 같은 대형병원만 가봤지이 정도 규모의 병원은 처음이다. 대형병원 못지않은 시설과 열정적인 의료진에게 놀랐다”며 “모든 병원이 이런 수준이냐”고 물었다. 행사를 마치고 고 원장은 “관절·척추에 특화된 의료기술을 주한 외교사절단에게 소개할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이용한 관절염 치료, 국제학회서 러브콜
세계 정형외과학계의 화두는 줄기세포다. 미국정형외과학회(AAOS)와 국제연골재생학회(ICRS)는 최근 학술대회에서 줄기세포와 재생의료를 주요 주제 중 하나로 다뤘다. 강남 연세사랑병원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관절치료법으로 국내 의료기관으로는 드물게 굵직한 해외 학술대회의 초청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열린 미국정형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선 두 편의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정형외과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학술대회에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발목·무릎 연구논문은 총 5편. 이 가운데 2편을 연세사랑병원에서 발표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연구는 연세사랑병원이 유일했다.
이 연구를 포함해 병원은 지금까지 총 15편의 논문을 SC급 저널에 게재했다. 특히 줄기세포 관련 연구논문은 세계 정형외과 분야에서 가장 많은 게재 수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