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크론병, 설사·복통 아닌 성장장애 유발

by 통준회 posted Apr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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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크론병, 설사·복통 아닌 성장장애 유발  

 
        

        
                 10대 크론병은 성인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 병을 의심하기 어렵다. 하지만 크론병을 방치하면 성장 장애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사진=헬스조선 DB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 환자가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10년 1만2770명이었던 환자가 2014년 1만8503명으로, 5년 사이 45% 정도 늘었다. 특히 전체 연령 중 10대 환자 수가 급증했다. 10~19 세 환자가 5년 사이 56% 늘어난 것이다. 크론병은 성장기 청소년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방치하면 장 천공 등 합병증 위험크론병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염증성 장 질환으로 입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기 전 기관에 거쳐 염증의 악화와 재발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크론병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 가운데 하나로 기본적인 치료는 물론이고 조기 진단과 관리, 질환에 대한 인식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효과적인 이해와 관리가 이뤄져야만 극복이 가능한 질환이다. 장기간 질환이 방치될 경우 장의 천공과 누공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관절이나 피부 등에까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대장암·과민성장증후군 등과 헷갈려…첫 치료 받기까지 4년 넘게 소요
크론병의 주 증상은 심한 설사와 복통, 체중 감소 등이 있는데, 이는 대장암이나 결핵성 장염과 과민성 장증후군 등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따라서 크론병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임상 증상과 경과, 내시경 또는 영상학적 검사 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며, 이를 통해 크론병 이외 질환 가능성을 배제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헬스케어 전문 여론조사기관에서 크론병 진단을 주제로 진행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의들은 병원을 내원 시부터 크론병의 확진까지 2주에서 길게는 1년까지 소요된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환자들은 초기 증상이 발현되고 병원을 방문하기까지 최대 3년이 걸렸다고 응답해 증상 발현 후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기까지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최대 4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부산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재홍 교수는 “서구질환으로 알려져 있던 크론병은 최근 국내에서도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질환에 대한 인지도도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환자들이 질환의 심각성과 증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늦게 병원을 찾는 등 여전히 진단의 문턱이 높은데, 이는 본인의 질환 상태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성인보다 떨어지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진단까지의 기간이 더 길어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10대 크론병, 진단 늦어져 성장 장애 위험
소아청소년층에서 특히 크론병 진단이 어려운 것은 설사 또는 복통 등의 일반적인 질환 증상이 일차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성장 장애나 빈혈, 발열 등 성인의 그것과는 조금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소아 청소년 크론병은 성인 환자 대비 제대로 진단 받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성장 장애를 경험하면 일반적인 질환으로서의 접근보다는 성장을 촉진하거나 이를 위한 대체 치료 등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소아청소년층에서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정상 어린이에 비해 몸무게와 키의 성장이 느린 성장 장애와 빈혈, 2차 성징 발달 지연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치루나 항문농양 등의 항문질환으로도 의심해 볼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크론병 환자의 1/3가량이 진단 이전에 치루를 앓고 있으며, 소아청소년층에서는 그 비율이 더욱 높게 나타난다.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의 사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대부분은 내원 6개월-1년 전 항문 질환 증상으로 외과적 시술을 받은 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또 다시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크론병의 진단 자체가 늦어지면서 합병증 등이 발생할 확률 또한 높아져 전반적인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최연호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성인과 비교해 투병 기간이 길기 때문에 진단 자체가 늦어지면 결과적으로 합병증 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져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10대에서 치루, 치핵, 항문농양과 같은 항문질환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기 때문에 특히 항문 쪽에 유사 증상을 보이면 크론병이 그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소아청소년 전문의를 통해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대 크론병, 재발 잘 되고 수술 필요성 높아
소아·청소년 크론병이 성인에 비해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진단 과정뿐 아니라 치료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성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오랜 기간에 걸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고 소장을 침범하는 경우 또한 잦아 합병증으로 이어질 확률이 또한 높다. 이로 인해 외과적 수술 빈도나 재발률도 높은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이 시기에 크론병으로 인해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질환 증상으로 인한 신체적 불편함은 물론, 성장 장애로까지 이어져 정상적인 학업이나 교우 관계 등에서 도태되거나 위축되는 등 사회심리학적, 정신적 발달의 저해 요인도 될 수 있다. 또한 이런 성장기의 어려움과 단절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 생활을 영위하는 데 있어 적잖은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적인 성장이 끝난 성인의 경우 크론병으로 진단 시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관해기를 유도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지만, 소아청소년과 같은 성장기에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관해기 유도는 물론 올바른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통합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소아청소년 크론병의 경우 내과보다는 소아청소년과를 통해 성장은 물론 기타 소아청소년기 질환, 정서적 부분까지 고려된 보다 포괄적인 치료가 전략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최연호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 환자는 성장뿐만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 사춘기를 겪고 있는 환자의 정서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필수적이며, 치료제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성인에 비해 복약순응도가 떨어지는 점 등을 고려한 차별화 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며 소아청소년과를 통한 포괄적 치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은 성인에 비해 예후가 좋지 않고 재발이 잦으며 유병 기간이 긴 만큼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보다 집중적인 초기 치료가 필요하다”며 “실제 중등도 이상의 소아크론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진단 초기부터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해 적극적으로 치료한 환자군에서 관해를 유지하는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재발률 또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