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자 치료기는 병을 일으키는 종양만 선택적으로 없앱니다. 모든 암을 치료하지만 성장 중인 소아암이나 수술이 힘든 폐암·간암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치료로 볼 수 있습니다."
최두호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양성자 치료기가 '꿈의 치료기'로 불리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양성자 치료기는 수소 원자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에 달하는 속도로 가속시킨 뒤 환자 몸에 쏘아 암 조직을 파괴하는 최신 암(癌) 치료법이다. 이 치료기는 건물 3층 높이의 거대한 장비로 삼성이 국립암센터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도입했다. 민간 의료기관으로는 최초다. 비용은 1000억원가량이다.
양성자 치료기를 사용하면 소아암을 비롯해 수술이 불가능한 초기 폐암과 간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열린다. 최 센터장은 "치료비용이 비싼 게 단점이지만 정부에서 건강보험 급여 범위를 늘리고 있다"며 "연간 600~700명의 암 환자를 치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최두호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장의 일문일답이다.
-양성자 치료기를 도입한 배경은 무엇인가.
▶많은 암 환자가 획기적인 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이 장비는 기존 방사선 치료기와 작동 원리가 비슷해도 몸속 깊은 곳에 있는 암을 집중적으로 치료한다. 종양과 정상 조직을 구별해 치료하고 적은 방사선량을 쏘아 부작용이 적다. 1000억원 가까운 비용을 들인 이유다.양성자 치료기 앞에 선 최두호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장./© News1
-어떤 암에 치료 효과가 우수한가.
▶방사선 장비로 치료할 수 있는 암은 다 해당한다. 가령 소아암 환자라면 그 효과가 더 우수하다. 어린이는 아직 다 자라지 않았고 언제든 암이 재발할 수 있다. 2차 암을 치료할 때 누적된 방사선량이 중요하다. 기존에 방사선 장비로 치료해왔는데 재발할 경우 똑같은 치료기를 사용하는 건 위험 부담이 따른다. 추가로 치료해도 부작용을 각오해야 한다. 몸속 신경이 걸쳐 있는 척수에 종양이 생겼다면 일반 장비로 치료하면 후유증을 겪을 위험이 높다. 양성자 치료기는 척수 신경을 보호하면서 종양을 선택적으로 없앤다. 칼 대신 방사선으로 암을 도려내는 것이다.
-폐암이나 간암에도 효과적인가.
▶양성자 치료기는 정상 폐조직에 전달하는 방사선량을 최대한 줄이기 때문에 환자 몸에 부담이 적다. 폐암이 재발한 환자도 치료 대상이다. 치료 범위가 넓으면 방사선에 많이 노출되고 결국 식도나 척수, 심장 같은 정상 장기에 부담을 준다. 현재 양성자 치료를 받은 초기 폐암 환자의 종양 85~100%를 없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간암은 수술이나 고주파 조작술을 받지 못하는 간세포암,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주요 치료 대상이다. 간세포암 환자는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한 다음 혈관을 막아주는 '간동맥화학 색전술'을 시행한다. 이 수술은 재발 위험이 높다는 게 단점이다. 양성자 치료기는 이런 환자의 종양을 90% 이상 없앤다. 수술 후 간 기능을 떨어지는 부작용도 적은 편이다. 양성자 치료는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종양을 더 많이 없애고 환자 생존율이 높다는 장점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 상태는 어떤가.
▶치료 사례를 관찰 중이다. 현재까지 종양을 집중적으로 없앴고 정상조직은 약간의 손상만 있었다. 예상한 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비용 부담이 큰 편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비용이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 국내에서 치료받으려면 비보험을 전제로 2000~3000만원이 든다. 일부 소아암 등 건강보험을 적용한 질환은 500~600만원으로 부담이 줄어든다. 치료 특성을 고려하면 연간 5000명 정도는 양성자 치료기가 기존 방사선 치료를 대체할 수 있다. 정부도 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앞으로 환자들 비용 부담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치료센터를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제일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국내 의료기관이 이 장비를 도입할 여력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결국 치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외국 의료기관도 같은 고민을 해왔다. 철저하게 치료 효과를 보고 환자 우선순위를 정하겠다.
-외국인 환자도 치료받고 있지 않나.
▶치료 중인 외국인 환자가 있다. 해외에서 치료 문의가 접수되고 있다. 국·내외 환자가 골고루 치료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 양성자 치료기가 꿈의 치료기로 불리지만 100%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 삶의 질을 높인다. 암 환자가 희망을 품고 치료받는 환경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