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진통제 투여하면 만성 통증이 나타난다?

by 새별 posted Jun 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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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id="husky_bookmark_start_1464903686444"></span>​ "저는 그레고리 하우스 박사입니다. 오늘 아침 이 진료소에서 진료를 맡은 세 의사 중 한 명이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너무 짜증나는 환자가 있으면 제가 이걸 먹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바이코딘입니다. 제 것이죠."<br><br> 무표정한 얼굴로 환자에게 인신공격 발언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며 항상 "모든 환자는 거짓말을 하지(<span class="word_dic en">Every</span> <span class="word_dic en">patient</span> <span class="word_dic en">lies</span>)"란 말을 달고 사는 이 남자. 인기 미국 드라마 '하우스(<span class="word_dic en">House</span>)'의 주인공인 그레고리 하우스 박사다. 괴팍한 성격이지만 의사들이 두 손 들어버린 환자를 진찰하고 병을 파악해 치료하는 탁월한 감각을 가진 그는 현대판 셜록 홈즈다. 다리를 저는 그는 항상 마약성 진통제인 바이코딘을 가지고 다닌다. 스스로도 이 진통제에 중독됐다고 자인한 그는 진통제를 사탕 씹어먹듯 수시로 집어먹는다.<br><br> 그렇다면 진통을 완화하기 위해 이렇게 먹는 마약성 진통제가 실제로 도움이 될까. 최근 미국 연구팀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 복용이 통증을 줄여주기는 커녕 오히려 통증이 더 길어지게 만들면서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br><br> 하우스 박사는 쿨하게 바이코딘 중독을 인정하지만 실제로 마약성 진통제 중독 문제는 심각하다. 바이코딘의 경우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으로 하이드로코돈과 아세트아미노펜의 복합제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흔히 해열진통제로 쓰는 성분이지만 하이드로코돈의 경우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다.<br><br> 지난해 미국에선 대략 2만명 정도가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약에 내성이 생기면서 진통제가 통증을 줄여주지 못해 점점 복용량을 늘려가다가 결국 치사량까지 복용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br><br> 미국 <span class="word_dic en">UC</span>볼더 피터 그레이스 박사 연구팀은 모르핀과 같은 마약성(<span class="word_dic en">opioid</span>) 진통제가 만성통증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5월 30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span class="word_dic en">PNAS</span>)에 발표했다.<br><br> 연구팀이 말초신경에 손상을 입은 실험쥐에게 5일 동안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자 통증반응을 높이는 인터루킨-1 베타(<span class="word_dic en">IL</span>-1b·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염증인자)의 생산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척추 면역세포인 신경교세포가 인터루킨-1베타가 쏟아지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진통제를 맞은 실험쥐들이 통증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결과가 나타났다.<br><br> 공동 연구를 수행한 <span class="word_dic en">UC</span>볼더 린다 왓킨스 교수는 "신경세포가 처음 전달하는 통증 신호와 마약성 진통제 투여의 연속 반응으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면 첫 통증 신호를 차단할 수 있겠지만 이게 오히려 신경교세포의 과민반응을 유도해 더 큰 통증을 불러오게 된다"고 지적했다.<br><br> 그레이스 박사는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 옥시코돈, 메타돈 복용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단기간 이런 마약성 진통제 복용이 만성통증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끔찍한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점점 늘고 있는데 만성통증 환자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며 "둘 간의 연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br><br> 그레이스 박사는 "이번 연구는 마약성 진통제에 노출되는 것이 장기적으로 통증 완화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처음으로 증명해보인 것"이라며 "마약성 진통제를 인식하는 신경교세포의 특정 수용체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마약성 진통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만성통증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br><br> 앞서 지난해 1월에도 비슷한 분석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립보건원(<span class="word_dic en">NIH</span>)이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 처방은 지난 20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span class="word_dic en">NIH</span>는 백서를 통해 "만성 통증에 장기간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할 경우 그 유효성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br>​<span id="husky_bookmark_end_1464903686444"></s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