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자고도 운전·대화 힘들만큼 졸리면 '기면증' 의심

by 김창수 posted Jul 0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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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id="husky_bookmark_start_1467755746487"></span>​<strong>뇌 신경물질 작용 제대로 안된 탓, 게으름 취급… 진단·치료율 낮아</st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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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오래 자는데도 낮에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이 수일간 지속되면 단순 게으름이 아니라 수면장애의 일종인 '기면증'일 수 있다. 고등학생 이모(17·부산 사하구)양은 2년 전부터 평일 7시간씩, 주말·휴일에 9~10시간씩 자는데도 낮에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수업 시간에는 물론이고 대화·식사 중에도 졸았다. 너무 졸려서 낮잠을 짧게 자도, 30분도 안 돼 또다시 잠이 쏟아졌다. 이양은 학교에서 따돌림 등에 시달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가, 기면증을 진단받았다.

기면증은 15~35세 청소년·성인에게 흔하며, 성인의 0.02~0.16%가 앓는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면증을 진단받은 환자는 3433명이었지만, 전문가들은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는 "기면증은 진단·치료율이 매우 낮은 병"이라며 "증상을 단순 게으름 등으로 치부해 병원을 찾지 않는 탓에, 병에 걸린 후 진단을 받기까지 수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span class="end_photo_org"><em class="img_desc">밤에 오래 잤는데도 낮에 운전·대화·식사 중 바로 잠들 것처럼 졸리면 기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em></span>

기면증은 단순 의지 부족 같은 심리적 요인이 아니라 뇌의 신경물질 작용이 제대로 안 돼 생긴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하이포크레틴'이라는 물질이 줄어들며 각성·수면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것이다. 이 물질이 왜 줄어드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기면증 환자 중 70%는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 외에 ▲갑자기 근육에 힘이 빠지고 ▲잠이 들고 깰 때 가위에 눌리는 것처럼 마비 증상이 오거나 ▲비몽사몽 중 헛것이 보이는 증상도 겪는다. 낮에 심하게 졸린 반면, 밤에는 오래 자더라도 자주 깨고 깊이 못 잔다. 이헌정 교수는 "시간·장소에 관계없이 의지와 무관하게 갑자기 잠에 빠지기 때문에 질환으로 인한 2차 피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2010년 경상대 의대 박기수 교수팀이 기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92.7%가 사회 생활·경제적 어려움, 자괴감, 건강 악화, 미래에 대한 불안함 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밤에 충분히 잤는데도 낮에 무기력하고 잠이 쏟아져서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병원을 찾아 수면다원검사 등을 받아봐야 한다. 완치는 어렵지만, 약물 치료 등을 하면 상당수의 환자가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span id="husky_bookmark_end_1467755746487"></s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