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 자살' 느는데…고압산소치료 병원이 없다

by 정옥희 posted Nov 0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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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5천만 원 장비에 의사·관리기사 2시간 치료에 수가는 고작 3만원

김 교수는 또 "대한응급의학회가 수가 현실화를 요구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의 협의가 끝났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시행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며 "지금 수가로는 고압산소치료기는 돌릴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김기운 교수는 "고압산소치료기가 있는 병원이 드물어 시간을 다투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치료기가 있는 병원도 대부분 오래된 1인용인 경우가 많아 가족이 한꺼번에 중독된 경우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따로따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1회 치료에 30만 원 정도인 미국은 500여 응급센터에 고압산소치료기를 가동토록 하고 정부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어 고압산소의학 전문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서울도 일부 대형병원이 노후한 1인용 탱크를 비치하고 있을 뿐이며, 경기도도 사실상 인천권인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1곳만 있어 수도권이 '고압산소치료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광역 시·도 가운데 충북과 전북·울산은 제대로 된 고압산소치료를 하는 병원이 아예 없는 등 전국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산소치료기가 고급화되면서 설치 비용도 1억5천만 원 정도로 오른 데다 고압가스 관리기사를 별도로 두어야 하고 의사 1명이 치료가 진행되는 약 2시간 동안 탱크 옆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도 수가는 1회에 3만 원이다.  병원들이 고압산소치료기를 도입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비싸진 장비 가격에 20여 년째 묶여 있는 낮은 의료 수가 때문. 그러다 최근 연탄가스를 이용한 자살기도와 작업장 가스중독사고 등이 늘면서 수요가 다시 급증하고 있으나 고압산소치료를 하는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1990년대부터 연탄 난방이 급격히 줄면서 병원들은 산소 탱크를 폐기하거나 방치해왔다. 우리나라는 연탄가스 사고가 잦았던 1980년대 후반까지 전국적으로 300여 대학병원 응급실이나 보건소에서 고압산소탱크를 운영해왔다. 당시는 장비 가격도 대당 1천800만~2천만 원 정도로 크게 비싸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에 고압산소치료시설을 갖춘 병원은 크게 부족하다. 여러 환자를 동시에, 제대로 치료를 할 수 있는 고압산소치료센터를 갖춘 병원은 더욱 드물다.  고압산소치료는 급성일산화탄소중독뿐만 아니라 당뇨병성 상처, 방사선치료에 의한 골조직 손상 및 혈뇨성 방광염, 잠수 질환 등 다양한 분야로 치료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고압산소치료는 환자를 1시간 30분 정도 특수 탱크에 눕혀 놓아 100% 농도의 산소를 일반 공기압보다 5배 높은 고압으로 들이마시게 한다.  급성일산화탄소 중독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는 고압산소치료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차용성 교수는 "급성일산화중독 환자 중 60~70%는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시도자"라고 설명했다. 2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급성일산화탄소 중독 입원환자는 2007년 35명에서 2009년 78명, 2011년 86명, 2013년 200명, 2015년 198명, 2016년 6월 말 현재 104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최근 번개탄 자살기도 등으로 급성일산화탄소 중독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으나 치료에 필수적인 고압산소치료 의료수가가 턱없이 낮아 대다수 병원이 진료를 기피하고 있다.지난 1986년부터 1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갖추고 늘어나는 급성일산화탄소 중독환자 치료에 힘겹게 대처해오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최대 8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다인용 고압산소치료기가 도입된 '잔칫날'이었지만, 심포지엄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마음은 편치 않아 보였다.(원주=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지난달 27일 강원도 원주시 일산동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외래센터에서 고압산소치료센터 개소식에 이어 고압산소의학 국내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돌릴수록 적자'…수도권조차 고압산소치료 '사각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