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와 가뭄을 이겨 낸 조상의 지혜

by 김민국 posted Mar 1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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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은 거의 매년 홍수와 가뭄 같은 물 문제에 시달려 왔다. 그러므로 항상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어야 했다. 15세기에 강우량을 측정할 수 있는 측우기가 발명되고, 그것에 의하여 관측한 장기간의 강우량 자료가 남아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불안정한 강수와 관련이 크다.<BR><BR>봄 가뭄이 길어지면 일 년 농사가 걱정스러워진다. 봄 가뭄이 이어질 때는 한 달 넘게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온 국민은 말라 가는 논바닥을 바라보면서 애타게 비를 기다려야 했다.<BR><BR>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날이 이어진다. 그런데다가 장마까지 늦어지면, 때 이른 불볕더위로 논바닥은 더욱 타들어 간다. 천수답에서 논농사를 지으면서 살던 시기에 장마철이 언제 시작하느냐는 온 국민의 관심거리였다. 중부지방에서는 모내기한 논바닥이 타들어 가고 이모작을 하는 남부지방에서는 논에 물을 채워야 모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장마가 지나치게 늦어지면 애를 태우면서 비를 기다리기는 마찬가지이다.<BR><BR>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철을 중요시 여겼다. 철을 놓치고 나면 일 년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비가 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모내기철을 놓치게 되더라도 빨리 벼를 대신할 수 있는 작물을 파종했다. 이를 구황 작물이라고 하며, 주로 메밀과 같이 생육 기간이 짧은 작물이다. 오늘날의 메밀은 구황 작물보다는 웰빙 작물로서의 역할이 더 크다. 또한 강원도 평창의 봉평에서는 근대 작가의 소설 덕분에 메밀꽃이 지역 축제의 중요한 자원 노릇을 한다.


메밀꽃

<STRONG style="-webkit-tap-highlight-color: rgba(0, 0, 0, 0)" class=c-title>메밀꽃</STRONG><SPAN style="-webkit-tap-highlight-color: rgba(0, 0, 0, 0)" class=c-description>메밀은 생육 기간이 짧아서 구황 작물의 역할을 하였으며, 오늘날에는 지역 축제의 자원으로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강원 평창, 2006. 9).</SPAN>


물을 귀하게 여겼던 우리 조상들은 일찍이 보(<SPAN class="word_dic hj">洑</SPAN>)나 저수지를 쌓아서 물을 관리하였다. 보는 저수지를 쌓기 어려운 작은 하천이 흐르는 곳에서 물을 모아 두기에 적합한 시설이다. 오늘날에도 경상북도와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는 보에 물을 가두어서 가까운 논으로 물을 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작은 골짜기에 축조된 소규모의 보는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물을 귀하게 여기고 효율적으로 이용했는가를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산간의 보

<STRONG style="-webkit-tap-highlight-color: rgba(0, 0, 0, 0)" class=c-title>산간의 보</STRONG><SPAN style="-webkit-tap-highlight-color: rgba(0, 0, 0, 0)" class=c-description>물이 귀한 산간 지역에서는 하천에 보를 만들어 물을 관리하였다. 사진 가운데 계단 모양의 시설은 물고기가 상ㆍ하류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든 어도이며, 왼편 끝에 논으로 물을 보내기 위한 수문과 수로가 보인다(강원 삼척, 2006. 2).</SPAN>


우리나라의 대표적 곡창 지대인 전라북도 만경강 유역이나 동진강 유역에서는 보가 상류의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을 가두어 대간선 수로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만경강 상류에 축조된 어우보(전북 완주군 고산면)는 그 상류의 대아리 저수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막아서 만경들판을 흐르는 대간선 수로로 물길을 돌리는 역할을 한다. 동진강에서는 낙양보(전북 정읍시 태인면)가 어우보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김제 간선과 정읍 간선이라는 큰 물줄기로 물을 보낸다.<BR><BR>저수지는 오늘날에도 중요한 물 관리 시설이다. 1970년대 이후부터 대형 다목적 댐이 여러 곳에 축조되었지만, 저수지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제천의 의림지와 김제의 벽골제, 상주의 공검지는 오랜 역사 속에서 등장한 저수지이다. 그중 벽골제는 흔적만이 남아 있다. 가을이면 벽골제 앞의 빈터에서 풍년을 축하하는 ‘지평선 축제’가 열린다. 김제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고부의 눌제와 익산의 황등제 등도 이름 있는 저수지였지만, 그 깊이가 깊지 않아서 물을 많이 저장하기 어려웠다. 가뭄이 길어지면 역시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였다.


벽골제와 간선 수로

<STRONG style="-webkit-tap-highlight-color: rgba(0, 0, 0, 0)" class=c-title>벽골제와 간선 수로</STRONG><SPAN style="-webkit-tap-highlight-color: rgba(0, 0, 0, 0)" class=c-description>오른쪽의 둑이 벽골제의 제방을 복원한 것이며, 왼편의 물길은 김제평야를 흐르는 간선 수로이다(전북 김제, 2006. 8).</SPAN>


대아리 저수지

<STRONG style="-webkit-tap-highlight-color: rgba(0, 0, 0, 0)" class=c-title>대아리 저수지</STRONG><SPAN style="-webkit-tap-highlight-color: rgba(0, 0, 0, 0)" class=c-description>만경강 상류에 자리한 대아리 저수지의 물은 만경들의 논에 물을 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전북 완주, 2006. 10).</SPAN>


오늘날 저수지는 수리 안전답의 절반 이상에 물을 대고 있으며, 만경강 상류의 대아리 저수지는 농업용으로서 규모가 큰 편이다. 대아리 저수지는 일제 강점기에 축조된 것으로, 만경강의 직강화 사업과 병행하여 이루어졌다. 즉, 근대적 의미로 만경평야 개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아리 저수지의 물만으로는 만경강 유역에 물이 부족하여 그 상류에 동상 저수지와 경천 저수지를 쌓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하자 금강 상류의 용담댐에서 물을 끌어오고 있다. 이런 상황은 동진강 유역도 마찬가지이다. 동진강 유역도 물이 부족하여 섬진강댐을 축조하고 칠보로 물을 끌어들여 동진강에 더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른 유역의 물을 끌어다 발전하는 것을 유역 변경식 발전이라고 한다. 만경강 유역과 동진강 유역의 들판을 적시면서 흐른 물은 각각 옥구 저수지와 청호지로 모여든다.


칠보의 유역 변경식 발전

<STRONG style="-webkit-tap-highlight-color: rgba(0, 0, 0, 0)" class=c-title>칠보의 유역 변경식 발전</STRONG><SPAN style="-webkit-tap-highlight-color: rgba(0, 0, 0, 0)" class=c-description>섬진강의 물을 동진강 유역으로 끌어들여 발전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의 흰색 파이프가 도수관이며, 왼편 아래의 물줄기가 동진강이다(전북 정읍, 2006. 10).</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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