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선생 말씀이 옳았다

by 통준회 posted Apr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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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선생 말씀이 옳았다. 김정일은 변하지 않았다. 얼굴의 분(粉)가루가 떨어져 나가는 순간 그는 10년 전 그 얼굴로 돌아갔다. 더 분명한 것은 앞으로도 김정일이 변하는 일은 결코 없으리라는 사실이다.

황 선생은 ‘북한은 원래가 테러국가’라고 했다. 태생(胎生)이 그렇다는 것이다. 김일성·김정일과 그 부자(父子)의 ‘꼬붕’들은 공작원(工作員)들에게 일본어 교육을 시킨답시고 바닷가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일본인 처녀들을 줄줄이 납치해 평양으로 데려갔다. 평양엔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끌려온 외국인 교사들이 몇 다스를 넘는다. 이것이 북한의 원어민(原語民) 교사 채용방식이다. 외국인만 테러 대상은 아니다. 중동(中東)에서 땀 흘려 일하다 귀국하는 같은 핏줄의 동포 근로자들이 가득 탄 비행기에 폭탄을 설치해 그들을 공중 고혼(孤魂)으로 만들었다. 버마 아웅산 국립묘지에다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대한민국 장관들과 수행원들을 폭살(爆殺)했다. 유족들이 고인(故人)의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주위에서 말려야 할 만큼 참혹한 주검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 관저에 특공대를 침투시켜 암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쫓기던 특공대들은 서울 시내버스에 올라타 수류탄을 안고 자폭(自爆)해 살점이 사방으로 튀겼다. 테러 대상만 파리 목숨으로 여긴 게 아니다. 자기네 공작원들이 임무를 마치고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도 손톱만큼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정책이 실패하면 정책 책임자를 공개 총살하고, 정책에 저항하면 주민들을 집단 총살했다.

황 선생이 북한의 국가 성격, 그 태생적(胎生的) 한계를 ‘테러국가’라고 규정한 것은 이런 뜻에서다. 화장으로 태어날 때 정해진 얼굴을 잠시 숨길 수 있을지 몰라도 본 얼굴을 바꾸지는 못한다. 70년대 서독 총리 브란트는 동독과 소련을 향한 자신의 동방(東方)정책을 ‘접근을 통한 변화’라고 불렀다.

사실 브란트와 그의 후임자 슈미트의 동방정책 10년은 서독 내부가 변화하는 정도 이상의 변화를 상대로부터 끌어냈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동독이 공산주의 국가이긴 해도 ‘통치권은 혁명의 핏줄을 따라 상속돼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교리(敎理)를 신봉하는 사교(邪敎) 집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접근을 통한 변화’정책은 동독 정권의 인권 탄압이 드러날 때마다 ‘아첨을 통한 변화’정책이란 비웃음을 받았다. 북한 관련 설(說)이 여러 증거로 강화되고 있는 천안함 폭침(爆沈)사건과 황 선생에 대한 암살 시도는 ‘김정일과 그 꼬붕들’의 본색(本色)이 ‘개 꼬리 10년 묻어도 봐야 개 꼬리’라는 말 그대로란 걸 증명했다. ‘10년을 내리쬐던 햇볕’이 고개를 들 수 없게 됐다.

황 선생은 ‘북한의 패악질에 대해 우리가 보복하고, 북한이 여기에 다시 보복으로 응수해 한반도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처럼 지저분한 전쟁터로 바꿔 놓아 대한민국 경제를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게 김정일의 머리에 든 생각’이라고 했다.

중국이 북한의 정체를 못 본 체하기 어렵도록 천안함 사건 조사에 중국도 참여하도록 해 북한의 손발을 끊어놓은 다음 북한의 재도발에 대해선 ‘무서운 것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무자비하게 응징해야 한다’고도 했다.

87세의 노구(老軀)를 돌보지 않고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려 2400만 북한 동포를 구출하는 일에 자신의 전 생애를 던져넣은 황 선생 말씀이라 무게가 다르다. 황 선생이 ‘김정일과 그 꼬붕들’의 머릿속 계산을 꿰뚫고 있다는 데는 이론(異論)이 없다.

문제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이번 변(變)을 겪으며 그동안의 안일(安逸)에서 벗어나 김정일의 정체를 깨닫고 그 깨달음을 통해 ‘김정일 없는 통일’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크게 변해야’ ‘변하지 않는 김정일’에게 다시 농락당하지 않는다.

옛날 옛적 시라큐즈 왕국의 다모클레스 왕은 ‘위대한 임금님’하며 아첨하는 신하의 턱을 치켜 옥좌(玉座) 위의 천장을 바라보도록 했다. 시퍼렇게 날 선 장검(長劒)이 가느다란 머리칼에 대롱대롱 매달려 왕의 머리를 겨냥하듯 흔들거리고 있었다.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 10대 경제 대국’ ‘남·북 군사력의 압도적 격차’라는 밑 빠진 자신감에서 깨어나 ‘다모클레스의 검(Damocles’ sword)’처럼 우리 정수리를 노리고 있는 김정일의 정체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을까. 지금 황장엽 선생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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