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냉전 사고가 진짜 문제다

by 통준회 posted May 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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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쳐준다. 지금 한국과 동맹국들의 핵심적인 단기 목표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 대응책이란 김정일이 장래에는 한국에 대한 공격을 엄두도 못 낼 정도로 강력한 것이면서도 전쟁을 도발할 정도로 너무 강하지는 않은 것이어야 한다. 그 점에 있어서 이번 주 한국 정부와 동맹국들이 발표한 조치들은 좋은 출발이었다.

법을 준수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모든 국가들은 여기에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바로 이 순간 중국은 한반도에서 대북(對北) 억지력을 재(再)구축하는 데 주된 장애물이 되고 있다. 불행하게도 천안함 사건은 세계인에게 중국에 관한 몇 가지 새로운 불편한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중국은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냉전(冷戰)식 사고에 빠져 있다. 중국이 이번 사건을 두고 취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보면, 공산주의 형제애라는 이름하에 국제사회 공공여론의 법정(法庭)에서 북한측 변호인처럼 행동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6·25 이후에 저지른 가장 뻔뻔한 군사 침략을 지금까지도 비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어뢰 공격이 1953년 정전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국의 젊은 수병들의 죽음을 “불행한 사건”이라고 하면 그만인가. 중국이 북한과의 공산주의 동맹 관계에 이처럼 충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이러니다. 중국이야말로 과거 미국과 그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이 시대착오적인 냉전 시대의 동맹 관계에 집착한다고 비난했던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에 한국 정부에 대해 완전한 외교적 결례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상하이에서 만나서 천안함 문제를 논의한 지 불과 3일 후에 후진타오는 김정일을 만나 함께 서서 웃고 포옹했다. 후진타오는 김정일의 방중을 이 대통령에게 알려주는 예의도 보이지 않았다. 중국이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북한에 대해 여느 때와 다름없는 태도를 보일 경우 한·중 관계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너무나 단순한 사실이다.

중국은 아시아의 새 지도자 역할을 맡고 싶겠지만, 이번 천안함 사건에서 보여준 행동은 여기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이번 위기에서 중국은 단계마다 유약(柔弱)하면서 궁색한 반응을 보이고 국제 사회의 보조와는 동떨어졌다.

중국 지도자들은 당사자들에게 냉정함과 6자 회담 복귀 등을 호소했지만 무의미한 이야기다. 중국은 사태 진정을 호소하기보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고마워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지금껏 꼼꼼한 절차에 따라 사고 조사를 진행하면서, 성급한 비난이나 무력 사용, 무조건적인 분노 표출을 자제해왔다.

지금 중국 정부가 6자회담 외교로 복귀를 요구하는 것은 한국 수병 46명이 숨진 사건을 애매한 외교적 수사로 덮으려는 시도일 뿐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북한에 과도한 압박이 가해질 경우 북한 체제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고 한다. 만일 그렇다면 천안함 사건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중국은 오늘날 어떤 강대국보다 더 한반도 통일에 저항하는 세력이다’는 점이 될지도 모른다. 역설적인 것은 중국이야말로 지난 수년간 미국과 일본이 은밀하게 한반도 통일에 반대한다고 주장해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한미 양국 정상의 공동 선언문은 미래의 자유로운 통일 한국에 대해 분명히 언급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북한의 핵무장이 남한 주도의 통일 한국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중국은 선택해야 한다. 이 지역에서 군사력 사용을 억지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엔에서 북한의 공격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북한을 벌(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어가는 북한 정권에 돈만 쏟아부으면서 외교적 평판은 잃을 수 있다.

어떻게 보더라도,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미래는 한국에 달려 있다. 중국의 대한(對韓) 교역량(연 1800억달러)은 대북(對北) 교역량(18억달러)의 100배에 이른다. 한국은 G20 정상회의와 핵 정상회의를 유치한 반면 북한은 고립되어 안달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지하자원을 선점(先占)하려 한다. 중국이 미래에 북한 땅에서 자국의 권리를 보장받기를 원한다면 지금 한국 정부와 협력을 시작하는 게 더 분별력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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