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수단이 서울에서 찾아낸 ‘완벽한 호텔’ (68)

by 통준회 posted Jul 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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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수단이 서울에서 찾아낸 ‘완벽한 호텔’ (68)

by 주성하기자   2014-07-15 7:33 am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시간에 월드컵 이야기를 해드렸는데, 이번 주말에 독일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결승전이 열리니 기대가 됩니다.

북한도 월드컵 때마다 계속 결승전은 중계를 해주었습니다. 단 1994년 미국 월드컵 때만이 예외였는데 4강까지 방영했을까 그랬는데 갑자기 김일성 사망 소식이 발표되면서 월드컵 방영도 당연히 중단됐죠.

하지만 우리는 호상서려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니면서도, 경기 다음날이면 어느 팀이 이겼는지 궁금해 했습니다. 그때 저는 김일성대를 다녔는데 고위간부 자식들이 많아서 어렵지 않게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 외국 공관에는 위성TV로 월드컵을 볼 수 있었는데 어느 간부는 외국 외교관들과 함께 경기를 생중계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은 집에서 잠을 안자고 아버지에게 전화가 걸려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 아들이 아침에 와서 말하길 아버지가 경기 결과를 전하면서 “아들아, 우리 조선민족은 이렇게 축구를 좋아하는데 우리는 왜 이런 데 나가지도 못하냐”고 소리치며 한탄했다고 했답니다.
북한은 그나마 여성들은 키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고, 또 조선여성들이 악도 있어서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습니다만, 남자 축구는 영 힘을 못 씁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저번 시간에 말씀 드렸듯이 일단 북한의 체격조건과 크게 연관됩니다.

기본적으로 남자애들이 키가 커야 그 중에서 선수로 뛸만한 재능 있는 아이들을 가려내겠는데, 아이들이 작으니 결국 키가 큰 애들 중에서 그나마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뽑으니 그런 겁니다.
5월 초에 북에서 3부작 축구연속극 ‘소학교의 작은 운동장’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유명 여성 축구팀의 선수로 뛰던 처녀가 소학교 축구반 지도교원으로 내려가 어린 축구선수 후비를 키워간다는 내용입니다.
이 연속극이 곧바로 DVD판으로 판매되는 것을 보면 북한도 변하긴 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참 인기가 좋아서 1차로 만든 DVD가 다 판매돼 재판을 찍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학교에서 축구반을 만들어 키우면 좋은 축구선수가 나와 북한 축구가 세계무대에서 빛을 볼 수 있을까요. 세계를 아는 저는 노~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북한이 축구를 발전시키려면 개방을 하지 않고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지금 월드컵 나간 나라의 축구선수들은 대다수가 자기 나라에서 축구를 하지 않습니다.

요즘 세계 대다수 나라들은 자국에서 리그라는 것을 운영합니다. 여러분들도 중앙TV에서 독일 분데스리가를 중계해주어서 잘 알 것입니다. 독일 리그에는 한국에서도 이번 월드컵에 나간 손홍민, 구자철, 홍정호, 박주호, 지동원 선수가 뜁니다.

이외 리그가 발달된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른 리그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뜁니다. 물론 한국에도 리그가 있습니다만 프로팀이 100개나 되는 영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죠.
각 리그는 승강제 방식이라 매년 보통 8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거의 매주 경기를 치러 1부 리그에서 하위 3개 팀을 내려 보내고, 하위 리그에서 다시 3개 팀을 뽑아옵니다.

1부 리그에 있으면 중계권료 등으로 큰 돈을 벌지만 하위 리그에 가면 돈이 없어 쪼들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상위권 팀은 어떻게 하나 팀의 성적을 끌어올리려고 전 세계에서 잘한다는 선수를 계속 사옵니다.
팀 내에서도 경기에 나가는 것을 놓고 선수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월드컵에 나간 선수들은 이런 리그에서 매년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단련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북한 선수들은 그런 과정이 전혀 없습니다. 북한도 내부에 압록강팀, 4.25팀 이런 팀들이 있어서 경기를 하긴 하지만, 그게 바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겁니다.
예전에 러시아 리그에 홍영조 선수 등이 파견되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말고, 일단 재능 있으면 더 많이 내보내야 세계 기술을 접하고, 또 국내에 퍼뜨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에서 무서워서 그걸 잘 못하는 겁니다. 홍영조 선수가 나가면 도망칠까봐 보위지도원이 따라 나가니 외국 팀들이 그걸 좋아하겠습니까. 축구선수면 그래도 외국에 많이 나가는 사람들인데, 북한은 그래도 통제가 엄격합니다.

제가 예전에 북한 축구팀이 서울에 왔을 때 묵었던 메이필드란 호텔을 가보고 어떻게 서울에서 이렇게 완벽한 호텔을 찾아냈는지 감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호텔은 서울 외부에 있고, 나무가 울창해 주변과 차단이 돼 있습니다. 그 호텔에서 나와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까지 가는 길옆도 그리 발전되지 못한 곳입니다.
북한이 축구선수들이 서울 시내를 구경하지 못하게, 묵는 곳도 차단된 곳에서 묵게 하고, 입국하는 동선과 경기장 가는 노선도 낙후된 길을 따라 갈 수 있는 그런 완벽한 호텔을 찾아 묵게 한 것을 보면 참 대단합니다. 서울에 이런 곳이 별로 없는데 말입니다.

이런 데 신경을 쓸 정신이면 다른 데 신경이나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그 호텔 주변도 개발이 많이 돼서 다음에 또 선택될지 모르겠습니다. 정 호텔을 못 찾게 되면 아마 다음부턴 “동무들 버스에서 카텐 치라우, 내다보는 동무는 돌아가서 처벌하겠어”할지 모릅니다.

이번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들도 만경봉호를 보내 배 안에서 먹고 자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쪽 물이 들까봐 겁이 나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연속극처럼 아무리 훌륭한 축구지도교원이 소학생들을 키워봐야 국내용이지 국제경기용으론 키울 수 없는 것입니다. 북한이 축구선수들을 자국과 가까운 러시아나 중국에만 내보내지 말고 진짜 경쟁이 치열한 서방국가에도 보내야만 월드컵에서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나아가 앞으로 한국 리그하고 북한 리그하고 서로 경쟁하면서 남북을 오가며 대회를 하는 날도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7월 11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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