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스테인스 국제적십자사와 적신월사 평양사무소장은 국제구호대표단의 일원으로 회령을 방문해 피해 현장을 둘러본 뒤 14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이같이 말했다.
북한 당국은 대표단에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일 사이에 함경북도 지역을 강타한 큰물(홍수) 피해로 138명이 숨지고 400 여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또 14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60만명이 식수와 보건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회령시 피해모습 2(사진=국제적십자사)
한편, 유엔 기구들이 북한 동북부 지역의 수재민들에 대한 긴급 지원에 나섰다.
유엔아동기금(UNICEF)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평양에서 함경북도 회령시까지 트럭으로 비상 구호품을 운반해 수재민들에게 분배했다"고 밝혔다.
유엔아동기금이 분배하는 구호품은 비상의약품, 경구용 재수화염, 치료용 음식, 영양보충제, 식수정화제 등이다.
이 기구는 "홍수 피해가 심각한 다른 지역들에도 구호품을 이송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령시 외곽을 방문한 무랏 사힌 유니세프 평양사무소장은 "이번 홍수는 함경북도 주민들이 지난 60년 간 경험한 것 중 최악"이라며 "함경북도의 당국자들도 이 정도 규모의 재난을 다뤄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사힌 소장은 "한 동네에서는 이번 홍수 이후 임산부 15명 중 11명이 유산을 했으며, 현지 보건 실태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함경북도 회령시 피해모습 2(사진=국제적십자사)
한편, 세계식량계획(WFP)도 함경북도와 양강도 주민 14만 명에게 긴급 구호 식량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WFP는 우선 수재민 4만4천 명에게 7일치 분량의 고단백 과자와 30일치 분량의 콩을 지원했습니다. 이후 추가로 9만6천 명에게 동일한 긴급 식량을 제공했다.
WFP는 "사태의 시급성을 감안해 북한 내 WFP 식품공장의 식량을 우선 분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식량을 원래 받기로 돼 있었던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정상적인 배급을 하기 위해서는 미화 12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WFP는 "이번 홍수가 근래 들어 북한에서 최악의 피해를 초래했다고 평가하며, 극심한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는데 수재민들이 계속해서 식량 부족을 겪을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달린 타이모 WFP 평양사무소장은 "마을들이 모두 홍수에 쓸려갔으며, "주민들은 식량의 공급원인 텃밭과 가축 등을 잃었고, 홍수가 추수 직전에 발생해 논밭에는 아직 걷어들이지 못한 작물이 남아있었다"고 지적했다.
타이모 소장은 "북한 북부 지역은 겨울에 영하 25도까지 떨어진다며, 수재민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 계속해서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모 소장은 "이번에 홍수 피해를 입은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역은 북한 전역에서 식량이 가장 부족하고 영양실조율도 가장 높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함경북도 회령시 피해모습 2(사진=국제적십자사)
평양 소재 유엔 상주조정관실도 14일 성명을 내고 "북한이 과거에도 홍수 피해를 입었지만, 이번 홍수는 근래 들어 가장 심각하며 엄청난 손상을 입혔다"고 밝혔다.
유엔 상주조정관실은 "겨울이 다가오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북한 정부가 겨울이 되기 전에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유엔과 구호단체들도 최대한 돕고 있다"고 전했다.
상주조정관실은 "일부 침수 지역이 고립돼 있어 앞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한편, 북한은 함경북도 수해복구에 군대와 인민이 북부피해복구전투에 총궐기, 총집중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통신은 "지난 달 29일부터 이달 2일사이에 함경북도 지구를 휩쓴 태풍으로 인한 큰물피해는 해방후 처음으로 되는 대재앙이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두만강 유역에 관측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려 두만강이 범람하면서 회령시, 무산군, 연사군, 온성군, 경원군, 경흥군과 나선시의 일부 지역이 혹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종합된 조사자료에 따르면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포함한 인명피해는 수 백명에 달하며, 6만 8천900여명이 한지에 나앉았다"고 했다.
살림집 1만 1천600여 동이 완전파괴된 것을 비롯해 총 2만 9천800여 동의 살림집이 피해를 입었으며, 900여 동의 생산과 공공건물들이 파괴, 손상됐다고 전했다.
피해지역의 도로 180여 개소의 구간과 60여 개의 다리가 심히 파괴돼 교통이 차단됐으며, 100여 개소의 철길구간에 감탕이 쌓이고 노반이 유실돼 열차운행도 중지됐다.
한편, 북한은 수해복구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성금모금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회령 시당에서는 수해복구 전투를 ‘충정의 복구전투’로 명명하고, 주민들로부터 지원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딱히 액수는 정하지 않고 ‘성심껏 바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다.
또 "시내 중학교 학생들에게 쌀 1kg씩 내라고 포치(지시)했으며, 쌀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현금 5천원씩 내라고 학교에서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국제네트워크 김동남 대표는 "북한 세관원들이 나진 선봉을 오가는 중국 화교들에게도 수해복구 비용으로, 한 사람 당 1천위안씩 부담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두만강이 불어나 회령 세관이 물에 잠겨 12일까지 문을 열지 못해 중국을 왕래하던 화교들의 발도 묶여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 등 여러 매체들은 "북한의 피해 복구를 위해 국제사회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인해 모금과 지원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14일 중의원 답변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가 기존과는 다른 수준의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기반을 둔 비정부기구 ACAPS는 13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북한이 단행한 제5차 핵실험 때문에 향후 대북지원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달 발생한 태풍 라이언록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수해지역의 경우 전세계 구호단체로부터의 지원이 제때 필요한 만큼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유엔은 물론 세계 각국의 대북제재 수위가 더욱 높아지면서 각 기구와 단체의 사업자금 송금 및 물자 운송이 쉽지 않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엔 등 국제기구들과 대북지원단체들은 북한정권의 지속적인 핵과 미사일 실험과 도발로 인해 대북 지원 모금에 어려움을 겪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