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교착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북한에 새로운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의 대북 전문가가 밝혔다.
미 싱크탱크인 국익연구소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16일(현지시간) 미 잡지인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에 게재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에 북한과 합의라는 돌파구를 원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백악관과 국무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렇게 주장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과 협상이 타결되면 올 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차나 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는 아시아 국가 한 수도에서 3차 정상회담이 열려 합의문이 서명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11월 미 대선 전 대형 이벤트를 의미하는 ‘10월의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앞서 카지아니스 국장은 트위터를 통해 10월에 태국 방콕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백악관이 김정은 정권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고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올봄에 국무부, 정보 당국자들과 함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유도하고 미국 본토를 위협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재개하지 않도록 다자 협상틀을 부활하는 아이디어를 검토했다고 덧붙였다.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만들어낸 2000년대 6자 회담에 기초한 이 아이디어는 러시아와 중국을 잠재적 파트너로서 데려오는 것이었다고 그는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 이 계획을 완전히 지지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북한을 협상 절차에 복귀시키고 추가 정상회담을 촉발할 수 있다면 시도해볼 의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백악관 소식통은 북한이 지난달 이 아이디어를 전달받았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실패한 초기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트럼프 팀’이 단념하지 않고 양자 정상회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있으며, 사진찍기용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는 정상회담은 원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에 무엇을 제공할지를 놓고는 민주당 대선 캠프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약하다고 불리지 않으면서도 적어도 비핵화를 향한 ‘적당한’(modest) 조처를 하기에 충분한 것을 북한에 제공하는 어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명의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맞춤형 패키지 아이디어를 소개했다. 북한이 하나 또는 그 이상의 핵심 핵생산시설을 해체하고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을 공식 선언하는 내용이 포함된 패키지 대가로 미국은 제재 완화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맞춤형 패키지는 지난해 2월 ‘노딜’로 끝난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때와 비슷하지만 소식통들은 똑같은 협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북·미 모두에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전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핵무기와 관계없는 상호 관심사가 있다면서 북·미가 하노이 회담에서 관심을 표시한 종전선언을 꼽았다. 평화협정은 백악관에서 여전히 매우 많이 거론되는 아이디어지만 상원이 인준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트럼프 대선 캠프의 한 인사는 “종전은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 이정표 달성을 돕는 것은 물론 10월처럼 시기가 맞는다면 민주당이 약화시키기 어려운 승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떻게 평화에 반대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의문이라는 점을 북한이 알고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수 있음을 걱정한다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전했다. 한 국무부 당국자는 “우리는 강력하고 분명하며 북한이 매우 관심있는 제안을 하지만 회답이 없다. 북한과 이런 일들이 꽤 많이 일어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는 북한이 멈추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 중국, 파키스탄의 핵과 함께 살 수 있다면 북한과는 왜 안되느냐”며 핵 보유국 인정 가능성까지 거론했지만 어떤 백악관 당국자도 최소한 지금 그 질문까지는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