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대적사업' 또 재개?…"대화 기구 없애겠다" 엄포 놓은 북한

by 통준회 posted Mar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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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16일 연합지휘소훈련(21-1 CCPT)을 진행 중인 한국과 미국을 비난하며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 기구를 없앨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해 6월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문제 삼은 비난 담화를 발표한 뒤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던 대남 '대적사업'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한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과 대화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면서 대남 대화기구인 조평통을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았고,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을 없애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중대조치는 '최고수뇌부'에 보고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극단적 행동'이 곧 이어질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이다.

특히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남북) 군사분야합의서도 시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남북 접경지대에서 상호 적대행위를 중지한 9·19 군사합의의 파기는 과거와 같은 고강도의 무력도발이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당장 물리력을 동원한 군사적 대응이 아닌 조평통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해체와 같은 비군사적 대응을 내놓고 향후 군사적 대응으로 수위를 높여가는 특유의 점증법을 보일 가능성 농후하다"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대남 적대사업 전면에 섰던 김 부부장이 담화에 나서면서 북한이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인지 주목된다.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는 사실상 지난해 '대적사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대적사업 때 발표한 6월4일 담화에서 남북 연락사무소 폐지,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하고 결국 남북 연락사무소 폭파를 단행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군사분야합의서 파기가 남북관계를 4·27 (판문점 선언)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면 조평통 정리와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교류협력 기구들도 없애는 문제는 남북관계를 6·15 (남북 공동선언)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자 지금까지 남북관계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며 "(김 부부장의 담화는) 실제 행동을 예고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이 당시 김 부부장이 예고한 모든 조치를 단행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경고 수위를 높이며 '여지'를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김정은 총비서가 결정적으로 군 총참모부의 군사행동을 보류하면서 대적사업도 보류된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김 총비서는 당시 김 부부장으로부터 대적 행동권을 넘겨받은 군 참모부가 제기한 Δ금강산 관광지구·개성공단에 부대 전개 Δ비무장지대(DMZ)에서 철수한 감시초소(GP) 복원 Δ접경지 포병부대 증강 및 군사 훈련 재개 Δ대남 전단(삐라) 살포 등 조치를 보류했다. 김 부부장이 전면에 나서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1호'에게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날도 김 부부장은 조평통의 폐지 등 '중대조치'에 대해 "우리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에 있다"라며 자신이 최종결정권자는 아님을 시사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난해에도 군사행동 계획을 마지막에 김정은 총비서가 철회한 전례가 있다"면서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가 "행동을 예고하기 보다는 본질적 문제를 재확인하고 한 차원 높은 경고를 낸 것으로도 볼 수도 있다"라고 봤다.

왕선택 여시재 정책위원도 "즉각적 도발 행위를 통보하는 것이 아니고 대응 행동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남한과 미국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 목적으로 분석된다"면서 "남한이 도발적 행동을 하지 않으면 김정은 총비서의 자비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외교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대적사업 이후 남한에서 대북 삐라 살포 행위를 규제하는 법이 통과된 것을 염두에 두고, 이번에도 남한이 '어떤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지난해 대적사업을 통해 '얻은 것'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일 수 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없애겠다고 공언한 조평통과 금강산국제관광국이 이미 '유명무실'한 조직들이기 때문에 지난해 남북 연락사무소의 파괴와는 강도에서 차이가 나는 위협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평통이 통일부와 대응하는 대남기구인 것은 사실이나 북한은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실질적으로는 노동당의 핵심 대남기구인 통일전선부와 국가정보원, 혹은 청와대와 국무위원회 간의 직통 라인으로 대남 소통을 진행해 왔다.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에는 조평통 위원장의 존재 자체가 확인되지 않는 등 이미 실효성이 떨어진 기구라는 분석도 있다. 금강산국제관광국 역시 실질적으로 금강산 관광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서 이 기구의 폐지가 '대남 중대조치'라는 북한의 표현에 의구심을 내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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