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 北 사업가 문철명씨 FBI에 구금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금세탁 등 혐의로 미국에 인도한 북한 사업가 문철명(56)씨가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에 구금됐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문씨는 미국이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 자신을 구금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는 문씨가 재판을 위해 미국으로 인도된 첫 북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앞서 말레이시아 당국은 문씨를 자금세탁 등에 관여한 혐의로 미국에 신병을 넘겼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이어 북한 외교관과 가족 등 33명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통해 중국 상하이로 출국했다.

FBI에 따르면 문씨는 대북 제재를 위반해 술과 시계 등 사치품을 북한에 보내고, 유령회사를 통해 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명의뿐인 유령회사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불법 선적을 지원하기 위한 부정서류를 만든 혐의도 있다. FBI는 2019년 5월 말레이시아에 그의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말레이시아 법원은 이를 승인했고 “신병 인도를 거부해달라”는 문씨의 청구는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문씨는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도 문씨가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인도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으로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에 압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란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무성 역시 미국을 향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가운데 문씨를 둘러싼 갈등이 북·미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